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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법인세마저…내년까지 세수 압박에 재정당국 초비상
등록 2023-04-10 18:34 수정 2023-04-10 20:23
삼성·SK 등 실적쇼크에 올해·내년 세수 비상
부총리도 “올해 세수결손 가능성” 인정
매년 8월말에 이듬해 세입예산 정해…제도 고쳐야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로 재정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세수 부족 상황이 이어지며 정부의 재정 운용도 삐걱댈 수밖에 없어서다. 기존 건전 재정 기조를 손보고, 급변하는 경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세수 추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10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국내 법인이 지난달 신고·납부한 법인세 현황을 최종 집계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세 신고서 오류 정정 등 실적 집계를 끝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올해 법인세 세수 악화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세수 비중이 큰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추세가 뚜렷해서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상장사 실적 악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 2074곳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83조6천억원으로 2021년에 견줘 37.7% 급감했다. 상장사는 국내 전체 법인의 0.25%에 불과하지만, 법인세 세수(총부담세액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이른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세수 여건이 나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세수 펑크(세수 결손) 가능성에는 선을 그어왔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달 말 브리핑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된다면 1∼2월의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달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확 바뀌었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사실상 올해 세수 결손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6천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1분기에 견줘 95.8% 줄었다고 발표한 터였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3월 법인세 신고분을 잠정 취합한 국세청과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 결손을 부인하기 어려운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는 뜻이다.
법인세 중심의 세수 악화는 올해 이후 정부 살림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기업들의 1년치 법인세는 매년 8월에 절반을 선납(중간예납)하고, 이듬해 3월에 나머지 절반을 낸다. 올해 3월에 납부받은 법인세가 지난해 영업 실적을 기준으로 발생한 세금의 절반인 까닭에, 올해 8월과 내년 3월에 들어올 법인세부터 올해 실적이 본격 반영된다. 올해 예산뿐 아니라 내년 예산도 세수 감소 충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해 세입 예산 편성 절차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매년 8월 말에 이듬해 국세 수입 전망치를 확정해 이를 담은 정부 예산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연말까지 진행하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기업 실적 악화 등 경기 변동을 반영해 세입 예산을 대폭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올해 정부의 국세 수입 예산(400조5천억원) 역시 지난해 8월 말에 확정한 금액에서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다.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도 지난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경기 악화로 올해 세수가 적게 들어올 가능성을 인지했으나 실무진 차원에서 예산을 수정하자고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세입 결손이 발생하면 정책 집행에 차질을 빚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만큼 기존 관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87127.html
[사설] 정부도 ‘세수 펑크’, 경기후퇴 속 서민지원 어쩔 텐가
등록 2023-04-09 18:07 수정 2023-04-10 02:39
2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조7천억원 줄었다. 이연세수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를 빼더라도 실질적인 세수 감소액이 6조9천억원에 이른다. 고용이 둔화되고 소비활력도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올해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수 펑크’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올해 정부예산에 총국세 수입은 400조5천억원으로 지난해(395조9393억원)보다 4조5천억원 많다. 이런저런 감세를 많이 해 세수 증가폭을 줄여놓은 것이다. 그런데, 1월 1조5천억원이던 실질 세수감소액이 2월까지 6조9천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세수 펑크는 물론이고 지난해보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990년 이후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다섯번 있었는데, 1% 넘게 준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와 코로나19 위기 때인 2020년 두차례뿐이었다.
올해 총국세 수입 감소가 현실화된다면, 경기후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부자 감세를 단행한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에서 의결한 세법 개정에 따라 올해 6조원, 2024년 8조4천억원 세수가 줄 것이라고 추계했다. 그런데 정부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뒤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더 확대했다. 감세규모는 더 커지게 됐다.
경기후퇴 국면에서는 정부가 재정으로 대응해야 할 영역이 늘어난다. 그런데 세수 결손에다 전년 대비 세수 감소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어 정부의 손발이 묶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숙박비 3만원, 여행비 10만원 지원을 뼈대로 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마중물로 쓰겠다는 돈이 겨우 기금 600억원에 불과해, ‘그 돈으로 무슨 내수 활성화냐’는 비웃음을 샀다. 고용 부진에다 내수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지면 어찌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경기후퇴 때 재정이 제구실을 못 하면, 나라경제의 성장잠재력까지 훼손될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짜기에 앞서 부자 감세에 매달리고, 복지 지출을 삭감하는 재정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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