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전두환이 죽었습니다.
80년 봄, 주말 오후 낮잠에 빠져 있던 나는
우당탕당~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서, 마당을 바라 보았죠,
대학생으로 보이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담을 너머와 수돗가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 급하게 뛰어나가던 모습이 저의 5.18의 시작입니다.
엄마몰래 금남로에 나갔다.
쿵! 쿵! 쿵! 군화발을 울리며 접근해 오는 공수부대를 바라보고 있다.
신호와 함께 착검한 소총을 들고 시민들을 도륙하기 위해 뛰어가는 공수부대의 틈에 끼어서 어쩔줄 몰라 하며,
울음을 겨우 참고 집까지 벌벌 떨면서 들어갔던 기억,
동네 병원앞에 서있다. 급한 총상환자를 안고 뛰어가는 한무리에 섞여 병원에 들어가
처음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의사가 나와보기도 전에
가픈 숨을 몰아쉬다,
끄으응~~ 이라는 커다란 숨을 쉬며
말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대학생 누나를 겁에 질려 바라보던 기억,
공수부대에 도륙당해 몰골도 알아보기 힘든 시체를 목격하고
반쯤 넋이 나가,
힘없는 나라도 식칼이라도 들고 나가서 싸워야 하지 않겠냐며 껴안고,
울부짓던 할머미와 엽집 아주머니
저는 할머니가 나가서 싸우다 죽을까봐 나가지 말라고 같이 울었습니다.
광주가 진압되던날 새벽 총소리에 잠이깬 저는,
동트기전, 군화발로 우리집에 들어와
어머니에게 장농문을 열게 하고
장농문을 열자 말자, 착검한 소총으로 장농안을 향해 사정없이 찔러대던 공수부대의 살벌한 눈빛 속에
너무 겁이나, 어머니 발만 잡고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제발 전두환은 그 지옥불 속에서 영원히 심판 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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