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이야기-어린 강아지를 위해 목숨을 건 근도
천도농장 시절 가장 큰 관심사는 강아지를 보는 일 이었다.
인터넷을 하지 않던 시절엔 그저 주위 분들이나 마을 분들이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고 하면 드리는 정도였고 우리나라
풍습이 그러하듯 사료나 한포 받으면 감사한 형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돗개 보존을 위해 애써 번식한 강아지중
어느 강아지가 좋은지도 모르는데 덜컥 강아지를 줄수는
없는 노릇이라 처음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단 한마리도
입양을 보낼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어린시절 강아지를 보는 눈이 절실했다.
어린 강아지를 빨리 알아볼수록 내가 관심을 가지고 키울
아이와 건강히 키워 좋은 주인에게 보낼 아이를 선별하고
집중할수 있으며 종견으로 쓸 강지를 입양보내는 일을
막을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강아지를 직접 길러본 경험이라곤 7마리가 다인
실정에서 무슨수로 변화무쌍한 강아지를 알아본단 말인가.
그당시 내가 생각한 방법은 태어난 강아지를 광주리에 싸들고
대가인 분들을 찾아뵙고 강아지를 고르는 것을 부탁 하는 것이었다.
그냥 알려달라면 말씀을 아끼는 분들도 강아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뵈면 그나마 귀동냥 할수있는 수준의 말씀들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녹음한 기록과 실제 경험을 비교 ,틀린말을 하지
않았던 분들이 대상 이었다.
그분들이 강아지를 골라, 이 강아지는 똑똑하고, 이 강아지는
사냥을 잘하고, 이 강아지는 착해서 주인을 잘 따르고 하시면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그 연유를 여쭈어 한톨한톨 배워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내 눈엔 이 강아지가 저 강아지랑 같아
보일뿐 까막눈이 갑자기 글자가 보일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로 얻어 들은 말은 말일뿐 내것이 될수 없었다.
아이들을 입양보내지 않고 사진을 찍고 기록하며 일기쓰듯
육아일기를 적으며 10배쯤 강아지를 길러내었을 즈음 비로서
기본적인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진도 최창대 선생님 큰백구 자견인 한호와 애꾸 자견인 천도와
하현남님의 복구 사이에서 태어난 수리 사이에서
6마리 강아지가 태어났다
이 6마리 강아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내가 인정하는 대가님 두분의 집을 찾았는데
한분은 볼것도 없으니 다 나눠주라고 면박을 받았고 다른
한분인 지금의 스승님은 고를 개가 없다고 하시는걸 겨우
겨우 통 사정해 그래도 골라달라 떼를 써서 평을 들을수 있었다.
훗날 안 일이지만 면박주신 한분의 대가님은 사냥꾼이셔서
맹수사냥 즉 오소리 멧돼지 이상 사냥이 안될 강아지는
개로 취급도 안하셔서 그랬던 것 이었다.
6마리 강아지 다 나눠줘도 되지만 그래도 굳이 한마리 남기라면
이 아이라고 스승님께서 골라주신 강아지를 "근도"라 이름지었다
근도가 왜 다른 강아지와 다른지 그 판단의 근거는 녹음하고
기록했지만 역시 말일 뿐 이었다. 말은 귀가 있으면
누구나 들을수 있지만 그것이 내것이 되진 않는다.
도에 가깝다는 뜻으로 대가님 눈에 차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도 있는 이름 이었다.
6마리 강아지중 숫넘이었던 근도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조금 특별했다.
늘 나에게 눈을 맞추는 일이 많았고 어떤 상황이든 수시로
날 확인하고 놀다가도 늘 내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다시
놀곤 해서 다른 강아지보다 정이 더 많이 가는 아이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냥을 잘하는 아이의 특성이 겁이 없고
멀리 나다니고 하는 것 이라면 근도는 사냥과 담을 쌓은
강아지여야 했다. 날 두고 멀리가는 일도 혼자 다니는 일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근도가 6개월쯤 되었을 무렵 늦은 저녁 놀다가 온 근도가
방문 앞에서 머물고 있다.
말이 없는 녀석이고 보채는 일이 없어 내가 알아서 살펴야
하는 아이라 문을 열고 보니 수줍은 모습으로 토끼를
한마리 내려 놓는다.
토끼를 잡는 아이는 진돗개를 기른이후 지금에 이르기 까지
치호 말고는 근도가 처음이니 난 당연히 의심부터 했다.
어디서 옥로(철사로 고리를 만들어 길목에 놔서 짐승을 잡는 덧)
에 걸린 토끼를 물어왔나??
일단 칭찬하고 바로 배를 갈라 간을 주었다. 그리고 냉동실에
있던 전기구이 통닭을 꺼내 주며 다시 칭찬하고 안아주었지만
마음속에선 덧에 걸린 토끼려니 했다.
토끼 가죽은 여러가지로 쓸모가 많다. 귀마개를 해도 좋았고
장갑을 만들거나 발 덮개를 만들어도 좋았다. 난 우선 토끼
가죽을 벗겨 내었다.
그런데...
허리가 부러져 있다. 비록 목뒤에도 피멍이 있었지만 죽은
토끼의 허리를 부러뜨리는 개는 없으니 토끼는 근도가
사냥한 것이 맞았다.
토끼는 우리가 산토끼라 부르는 멧토끼와 집토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선 멧돼지가 토끼새끼를 다 잡아먹어 그렇다고
하는데 산토끼인 멧토끼든 집토끼가 가출해서 사는 토끼든
보기도 힘들었다.
멧토끼는 굴을 파지 않고 땅바닥에 새끼를 낳으며 새끼는
나자마자 뛰어 다닌다고 했다. 그런 산토끼는 정말 귀해
본적도 거의 없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에서 보는 토끼는 집토끼가 가촐한
토끼들이 대부분이다. 굴토끼라 부르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단어 rabbit은 굴토끼를 말하고 멧토끼는
hare라 부른다. 굴토끼는 굴을 파고 무리생활을 하지만
멘토끼는 혼자 산다.
재미난 것은 집토끼가 가출해서 산에서 살면 모습이 변하고
그런 산에서 사는 녀석을 잡아다 집에서 키우면 다시
모습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이 발달 하면서 슬슬 사이버 상에 자신의 개가 토끼를
사냥 했노라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시기였는데 이것은 토끼 사냥이 개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 소치였다.
올라온 사진을 보면 대부분 집토끼, 즉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개가 잡았다고 하는 사진으로 사진을 보기만 해도 집토끼를
찍은 것인지 정말 산에서 사는 토끼를 찍은 것인지 금방
알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집토끼가 산에서 살면 귀에 검은 반점이 생긴다.
반대로 산에서 사는 토끼를 잡아 기르면 귀의 검은 반점이
사라졌다. 그러니 사진만 보아도 알수 있는 일인데 멀쩡히
집에서 기르던 토끼를 개가 잡았다고 올리는 사진이 많던
시절 있었다.
그런데 근도가 잡은 토끼는 귀에 뚜렸한 검은 점이 있었다.
너무 신통 방통한 일이었다. 천도농장에서 가장 귀한 사냥감이
바로 토끼와 꿩 이었다.
꿩은 사실 어려운 사냥감도 아닌데 천도농장 옆에 깊은 계곡이
있어 꿩이 그리 날아 도망을 가기때문에 아이들이 잡는것이
거의 불가능 했다.
꿩을 잡으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날아가는 꿩을 쫒아 뛰는
것이다. 그럼 꿩은 오래 날지 못해서 내려 앉는데 천도농장
근처에 사는 꿩은 날라 오르면 계곡을 거너가니 아이들이
쫒을수가 없었다.
따라서 꿩고기와 토끼고기는 장말 귀했다. 그 잡기 어려운
청솔모 보다 더 귀했으니 말이 필요 없는 상황.
폭풍 칭찬을 하고 벗긴 가죽을 꼼꼼히 손질, 아궁이 재를 퍼다
물을 개서 가죽 안쪽에 고르게 발라 그늘에 말렸다.
이렇게 말리면 썩지않고 말린뒤 이것을 자근자근 두들기며
부드럽게 만들면 훌륭한 소재가 된다. 토끼털을 보존하려면
잿물이 털이 난 부분에 닿으면 안되니 조심해야 한다.
잿물이 털에 닿으면 털이 다 빠져 버린다.
토끼 사냥으로 근도는 특별한 아이가 되었다. 그당시 토끼를
잡는 아이가 특별하단 생각은 토끼가 귀한 탓 이었지만
지금처럼 근도가 겹개란 생각을 하진 못했다.
다른 동배와 조금 다른 체형의 근도는 백구에서 나오기 힘든
겹개였고 겹개가 그렇듯 발군의 싸움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들 산책시간이 끝나면 어린 강아지들을
자유롭게 풀어 놀게 해 주었다. 성견들 산책 시간이 아닌한
강아지들은 늘 편하게 뛰어 놀며 자라게 하는것이 지금까지
지키는 내 원칙인 셈이다.
산책 끝내고 강아지를 폴어준뒤 커피 한잔을 마시려 앉았는데
갑자기 아이들 짖는 소리가 나면서 강아지 비명 소리가 들렸다.
어린 강아지와 중강아지들이 20마리쯤 풀려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멧돼지 사냥개로 보이는 개들 5마리가 강아지를
쫒고 있었다.
겁에 질린 어린 강아지들이 사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는데
가장 늦은 강아지 한마리를 사냥개가 덮쳐 물었다.
"깽 깽.."
강아지 새된 비면 소리가 가슴을 찢어 발겼다.
"안돼!!!"
내가 소리치며 달려가는데 하얀 중강아지 한마리가 강아지를
물고있던 대형 사냥개에게 달려 들었다.
근도였다...
멧돼지 사냥개들은 협공을 하는데 익숙한 개들.
근도를 둘러싸고 다구리가 시작 되었다.
5마리 대형 멧돼지 사냥개들 앞을 7개워빡에 안된,
사냥개 몸무개 반도 안되는 근도가 막아서 몰매를 맞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갈갈이 찢어 질듯한 하얀 중강아지가
눈에 아프게 박혀 들어왔다.
막아서는 근도의 뒷다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정도로
근도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싸우고 있었다. 강아지밖에 없는
곳에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걸 아는 아이.
목숨이 위태로웠다.
-----계속
@@@우리개 이야기 中 어린 강아지를 위해 목숨을 던진 진돗개 근도
저자 -우리개 연구소 소장 김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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