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그리 긴 삶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뭐라고 요약하기도 어려울만큼 그 어느때보다 복잡하고도 무겁게 느껴집니다.
박정희정권이 그리운 이들은 그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향수가 있고,
전두환정권이 그리운 이들도 그와 비슷합니다.
노태우정권이 그리운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그 전과 비교해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일지 모르고,
김영삼정권은 변화가 있긴 했으나 그 변화가 당연한 시대라고 느끼거나 또는 기대치보다 낮은 그것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명박 정권을 그리워하거나 박근혜정권을 그리워할 사람은 얼마나 될 지...
보수와 경제재건을 표방하는 그들에게 정권이 넘어간지 9년.
사사로운 개인부정부터 방산비리와 같은 크나큰 부패까지,
이제는 다 기억하지도 못 할 만큼 산더미처럼 쌓여버린 대한민국의 무거운 짐..
어쩌면 우리들은 다시 없을 마지막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회란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첫째는 지금 이 상황의 시발이 된 권력 및 유착비리 규명
둘째는 역사청산과 단죄
셋째는 역사청산과 단죄를 위한 입법
넷째는 그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 정비
다섯째는 정부 및 기관 조직정비
물론 이것들 외에도 경제문제와 같은 여러가지 국정현안들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럴 의지가 있다면,
차기정부의 짐이 얼마나 무거울 지 섣불리 짐작조차 어려운 대한민국의 오늘, 그리고 정권교체를 향한 많은 이들의 기대와 희망.
그런데 혹시,
그 기대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래서 다시 한 번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언제나 단 한명 뿐이었던 기득권의 대선주자,
반면에 생각이 서로 조금은 달랐던,
그리고 정치판에 지분을 조금 더 획득하고 싶어했던 야권의 대선주자들,
그리고 때론 선택지가 마땅치 않게 느껴졌던
우리들의 투표.
그때마다 어떤이들에겐 안도와 승리의 기쁨이 주어졌고,
다른 어떤이들은 좌절과 포기를 넘어 무관심에 이르렀던 그 시절.
그리고 다시 오늘,
과거 어떤 대선때 보다 지역색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정치 경험과 능력이 상당부분 검증된 여러 야권주자들.
그리고 대권주자로 거론되지는 않지만 이름만 들어도 걸출함이 느껴지는 유시민 노회찬 등의 인사들..
소통의 속도와 질이 과거와는 격차가 있긴 하지만,
그 어느때 못지 않은 화려한 선택지,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화려한 선택지가 주어졌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문득 떠오르는
좌절의 역사가 반복되는건 아닌가.. 라는 걱정.
정권교체에 이보다 좋은 상황이 없건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드는 걱정.
수집되는 자료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야권주자에 대한 집요한 공격과 시국상황 및 정치판의 지분이 달려있는 역학관계속에서 우리는 또 어느샌가 정작 어디로 가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한민국의 그 무거운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기에
과연 5년으로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 다음의 5년도 동시에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장일단이 있는 대선주자들 가운데 시대와 상황에 맞는 인재를 선출해야 하는 우리는, 누가 어느때에 가장 유효한 지도력을 발휘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에 더해 경선과 대선후에도 그들이 서로 협력하고 재능과 혜안을 나누는 모습까지 기대한다면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별 것 없는 한 시민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에 쉬 잠들지 않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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