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한 나무는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잎이 흔들려서 잠시도 조용한 날이 없다는 뜻으로, 자식을 많이 둔 어버이에게는 근심·걱정이 끊일 날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정당에는 생각이 다 틀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 어머니에서 태어난 형제들도 다 생각이 틀리는데 하물며 성인이 될 때까지 다른 환경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정당에서 어찌 한 목소리만 나오겠는가?
독재정당이 아니라면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으므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지극히 민주적 정당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당에는 당헌과 당규가 있으므로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해당행위를 하는 자까지 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에 바람 잘 날 없이 만들며 바람을 계속 일으키는 자는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출당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먼 바다에서 작은 나비의 날개 바람이 태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국민의힘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바람을 일으킬 상황이나 인물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분란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제원 의원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尹 정부서 임명직 공직 안 맡겠다"고 선언을 한 것은 그나마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으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겠다.
당의 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윤핵관으로 이런 선언이 대선에서 나와야 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선언을 하였으니 바람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도 31일 전국위 의장직을 사퇴하였다. 그는 "저는 일관되게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게 옳다. 비상대첵위원회 체제로 가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여 왔다. 그러나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로 가는게 결론 났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소신을 지키기 위해 당에 불편을 주거나 당의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이렇게 저의 직을 내려놓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국위 소집을 거부해 오다가 전국위원장 사퇴로 길을 터 준 것이다.
이것이 당인의 자세이다. 자기가 주장하던 것도 당이 결정했으면 따르기 싫으면 직을 사퇴하여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했다. 당의 결정이 싫고 따르기 싫으면 본인이 떠나면 되는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에도 바람 잘 날이 서서히 오고 있는 것으로 보여 천만다행이다. 바람을 일으킬 만한 권성동 원내대표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후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2선으로 물러나야 국민의힘 바람이 완전 잠을 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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