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지나도록, 불씨는 한번도 영혼을 배달하지 못했다.
영혼의 냄새는 정확히 찾아내곤 하지만, 대부분 늦게 발견해, 다른 까마귀들 소유라 포기하곤 한다.
타락한 까마귀들은 규칙때위 없이 덤벼들지만, 보통의 배달부들은 규칙을 어기는 일이 없다.
아직은 까마귀들을 이용할줄 몰라, 혼자서 움직이니, 다른 까마귀들 보다 느릴수 밖에없다.
단하나, 일주일쯤 전에 발견한 영혼 하나를 불씨의 소유로 표시했다.
신기해서 그런지,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매일 찾아와 첫번째 영혼을 살펴보곤 한다.
시내에서 식당을 하는 사내다.
이년 가까이 계속되는 돌림병으로 장사를 못해 힘겹다.
과거를 읽어보니, 세상에 이렇게나 착한 영혼이 있을까 싶을만큼 불쌍하다.
단 한번도, 꼼수를 쓰지도 않고 쉽고 편한길을 두고, 힘들지만 정직함을 택해 살아왔다.
지난 일년반 넘도록, 전세를 빼서 월세집을 구해 장사를 버티고 있다.
한달 수익은, 주방일 돕는 아주머니 한사람의 월급을 주고나면, 손에 남는게 없다.
그나마도 아주머니를 내보내지 못해 끝까지 함께하며 최근까지 왔다.
이제,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어, 가게를 그만둘 결심을 하고, 아주머니를 부른다.
“이모, 다음주 부터 가게 문닫을 겁니다.
정말 미안해요.
이제 도저히 버틸 방법이 없네요. 미안합니다.”
“그래, 언제 이야기 할라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고생 많았습니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장사도 안되는데 월급 받는기, 미안했구먼….”
“아닙니다.
이모, 끝까지 같이 못가서 미안합니다.
다음에 좋은일 있으면,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주면 고맙고….
이제 마지막이니 한마디 할게요.
혹시라도 다음에 장사 시작하면, 지금처럼 하지 마세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제발, 밑반찬이고, 양념이고, 받아서 하세요.
좀!”
“하이고, 이모, 전에도 말했지만, 남들 한다고 나까지 그럴필요 없잖아요.
나라도 좋은음식 대접하겠다 생각하고 하는거지…..”
“내가 말했지요.
저기 앞집에도 내가 몇 달 일을했다고?
저집은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출근하면 배달 받은거 정리했다가, 순서대로 불위에 올리는것 뿐이라, 얼마나 편해요.
우리는 하나하나 생물이고, 그날받은 나물들 직접 무치고 하느라 바쁘기만 하고….
MSG 하나없이 음식 만들어도, 손님들 뭐라그래요?
나갈때 ‘아, 이집 MSG를 덩어리로 넣었나?
맛이 왜이래?’
이따위 소리하고 나가는데, 뭐 할라고 그 고생하며 장사해요?
편하게 공장에서 물건 받아서 써도, 손님들 아는사람 하나도 없어요.”
정직함이 늘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로 살아온 사내는 반박할 여유도 없다.
“이모, 그나마 내가 정직하게 살았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다음은, 또 다음에 생각 하겠습니다.
이모, 너무 고맙고, 죄송합니다.”
미래를 품었던 가게의 문을닫고 진우가 힘없이 걸어간다. 내일쯤 불이 붙을거같다.
불씨가 첫번째로 하늘에 오를 준비를 하고, 진우를 찾았다.
적당히 더 늦어도 상관없지만, 처음이라 떨리고 기대되고, 설래여서 이른 아침부터 찾았다.
진우는 가게 운영을 위해 전세를 빼서 원룸 달세방을 구했는데, 결로가 심각한 집이란걸 알고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여름엔 에어컨을 키면 결로가 생기고 벽에 곰팡이가 핀다.
가을부터 날이 추워지면서 난방을 하면 결로가 생기고, 벽과 유리등 모든곳에 곰팡이가 심각하다.
아침에 눈을뜨면 유리와 샷시에 가득한 물기를 닦아내야 한다.
화장실은 샤워를 하고나면 세면기와 변기, 벽과 바닦까지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내야 한다.
한번이라도 잊으면 저녁쯤에는 곰팡이가 시커멓게 붙어있다.
날이 추워질수록 진우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간다.
가게를 접고, 빠듯한 예산이지만, 아무 생각없이 여행이라도 할 생각이다.
두꺼운 겨울용 옷을 꺼내려고, 붙박이 옷장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옷장안은 생각조차 못했는데, 곰팡이가 펴서 옷가지들이 엉망이다.
거의 모든 옷가지를 버려야 할 상태다.
엄두가 나지않아 진우가 잠깐 바닦에 앉아 멍하니 곰팡이를 의미없이 바라본다.
한숨을 몇번 쉬고는 일어난다.
곰팡이에 엉망이된 옷들을 버릴 생각도 없이, 옷장문을 말없이 닫는다.
마트에 들러서 번개탄 하나와 소주2병, 마른 오징어 하나를 사서 도로를 달린다.
목적지도 없이 한참이나 운전해서 알지도 못하는 한적한 마을의 개울가에 멈춘다.
마른 오징어에 소주를 한모금씩 마시며 휴대폰에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
소주 두병을 다 비워내도록 수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할뿐 진척이 없다.
엄마에게 보낼 마지막 인사가 이렇게 힘겨울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술김에 조수석 아래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더디어 진우가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사랑해~’
불씨가 조바심에 몸을 부들거린다.
무얼 어찌해야 할는지, 아무 생각도 없다.
불씨가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있는힘을 다해 차를향해 돌진한다.
“쿵!”
커다란 소리로 앞유리에 떨어졌다.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겨울 만큼, 불씨의 몸은 가루가 되고, 차 유리는 몇가닥 금이갔다.
진우가 놀라서 차에서 내렸다.
시커멓게 뭉게진 형체에 당황하는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진우야~
엄마두 사랑해~
우리아들, 요즘 힘들지?”
“엄마…..”
목이메여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다.
“진우야, 엄마보러 집에 한번 올래?”
“응, 엄마, 오늘 친구들이랑 캠핑 왔거든.
내일 엄마한테 갈께.
엄마, 사랑해~”
“그래, 우리아들, 사랑하고 살자~”
진우는 마음이 급하다.
번개탄을 꺼내 불을끄고, 시커먼 물체를 정신없이 털어낸다.
정리가 끝나자 눈물이 터져나온다.
통곡의 시간이 지나 차분해진 진우를 보며, 하늘 위에서 불씨가 웃고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