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늘 술자리 앉으면 버릇인듯 하던 이야기가 있다
"홍씨가 되 갈 쯤에는, 바다가 가까운 한적한 촌집하나 구해서 텃밭이나 가꾸고 낚시나 하면서 세월 보내야지…."
시간이 많이 흘러갈쯤, 이제 몇몇 지인들이 내 어릴적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마누라는 아이들과 같이살고, 영감들은 서천 바닷가에 농막하나 구해서 텃밭을 가꾸거나, 낚시를 다니곤 한다.
농사지어서 집에서 먹기도 빠듯할 만큼 소량이지만, 그보다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가워 하루도 빠짐없이 찾곤한다.
은퇴한 사람들은 매일처럼 모이는 경로당이고, 아직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주말이면 찾는다.
가끔 찾으면 재미난 일들이 많다.
누구하나 빈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다.
족발이나 치킨을 들고오는 사람들, 횟감을 가져오는 사람들, 조개류나 생선을 가져오는 사람들, 생고기를 들고오는 사람도 있다.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모든류의 음식들을 굽거나 날로 먹거나 둘중 하나였단다.
얼마전 피꼬막과 홍합을 먹다보니, 막걸리를 참을수 없어 하룻밤을 보내고 왔었다.
그날밤의 이야기….
피꼬막과 홍합이 너무도 많아서 일부는 찜으로 먹고, 일부는 숯불에 올려서 구워서 먹기도 한다.
입에 넣으면 한입 가득차는 고소한 홍합과 막걸리가 쉼없이 들어가는 밤이다.
"주식, 뭐 추천할거 없나?"
"이런 영감탱이가?
평생 한번도 주식 이야기도 없던 사람이 무슨?"
"어디, 남들처럼 사고팔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사두고 덮어두는데, 이게 아무래도 아닌거 같더라구....."
"무슨주식, 얼마나 가지고 있어요?"
"응, 2006년 초에, 은행보다 낫겠지 싶어서 3,460원 하는거 칠천만원 담았거든....
이게 한번씩 칠천원도 갔다가, 시발! 어떨때는 300원도 갔다가...."
"지금 얼마죠?"
"850원! 조또 시발꺼! 한국장에 장투하라는 놈들 있으면, 싸대기 날린다!"
조용하게 듣고있던 사람들이 미친듯이 웃는다.
나스닥 동전주 몇가지를 추천해주고 밤 늦게까지 주식을 담았다.
이것도 무슨류의 법칙이 있는건지, 추천해주고 내가 담으면 그 주식은 항상 떨어진다.
추천해주고 내가 사지않으면 미친듯이 올라가는 법칙이 있다.
며칠이 지나서 전화가 왔다.
"여 니 집인데, 어디고?"
"응, 지금 가는중인데, 6789 누르고 들어가 있어요."
"아이다. 니하고 또 막걸리 한잔하면 집에 못간다!
피꼬막하고 홍합 좀 가왔는데....
현관에 두고 갈랬더니....
안에 너놓고 갈란다.
아! 그, 주식 고맙다!
오늘 새벽에 보니까, 총수익 70% 넘었더라.
고맙다!"
"이야! 축하해요!"
"이거, 더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까?"
"예, 전쟁때문에 한동안 변동이 심할건데, 실적이 좋으니 더 갈겁니다."
"그래, 니 주식책 한권 가져가도 되겠나?
나도 좀 배우고싶네?"
"그래요. 맨 우측에 있는것 중에 골라서 가져가요.
좌측은 좀 지루할겁니다."
"고맙다! 서천오면 주식좀 가르쳐주라!"
희미한 시간쯤 집에 도착하니, 싱크대에 큰 찜통하나가 올려져있다.
한동안 피꼬막과 홍합만 먹어야 할 양이다.
나가서 막걸리 좀 사올까 하는데, 책꽃이로 눈이간다.
책한권이 빠진 사이로 오만원 지폐가 한장 삐죽 나와있다.
전화를 꺼내본다.
"형! 이거 무슨돈이야?"
"응, 주식 배울라고 선불 입금했다!"
칠순 넘어서 새로운 취미가 생긴 모양이다.
기분좋은 한주 되세요~
하~~~
쌀이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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