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월요일 휴무라 늦잠을 자고 글을 올려봅니다.
제가 주말동안 A형 지정헌혈을 구하시는 글을 보고나서 아주 오랜만에 헌혈을 하러 갔었는데요.
제가 지난 주 목요일에 한의원에서 부항사혈을 했던 바람에 앞으로 6개월동안 헌혈을 할 수 없다는 소견을 듣고 헌혈을 못했습니다.
지금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실 환우분과 가족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제 아쉬움과 억울함과 무지함을 반성하고자 헌혈실패후기를 적어보자 합니다.
어느 댓글에서 혈소판의 경우 특정 요일에 수혈이 몰리게 되면 환우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짧아서 폐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하여 일요일에 운영하는 헌혈의 집을 찾아보았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익산 헌혈의 집에서 일요일에도 운영한다하여 전화를 해보니 헌혈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듣고 아침을 먹고 오라는 당부를 받았습니다.
혼자 사는 탓에 대충 아침밥을 후다닥 먹고자 닭가슴살을 삶고 다행히 찬밥이 남아 밥한숟갈 뚝딱하려고 저렇게 담았습니다.
제가 서른 줄을 넘김면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살기를 다짐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 밥을 우걱우걱 씹으면서 한번 더 되새겨보았습니다.
그런데 닭가슴살이 너무 퍽퍽하여 김치도 꺼내먹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담그신 김장김치가 너무 맛있네요.
헌혈 받으실 어머님께서도 건강하게 회복하셔서 맛있는 반찬을 해주시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밥을 후다닥 먹고나서 이제 자동차 시동을 걸고 네비를 찍어보았습니다.
이른 오전 날씨가 좋을 예정인지 안개가 엄청 끼었더군요.
생전 처음 좋은 일만 하려 가는 길이기 때문에 하늘이 도와주십사하고 천천히 갔습니다.
익산 헌혈의 집은 원광대학교 길건너 대학가에 있습니다.
주차는 원광대학교 주차장에 주차할 경우 헌혈 완료시에 주차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한참헤매다가 주차하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갔습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뭔가 벅차고 낯선 기분을 느끼며 걸어갔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무릎 수술을 하고 전역 후에 반대쪽 무릎도 수술을 하면서 재활기간까지 합쳐서 이래저래 헌혈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하는 헌혈이기도 하고 제 다짐을 새로 다지고자 호기롭게 들어갔습니다만 여러 테스트와 검진을 거친 후에 결국 할 수 없다는 소견을 듣고 정말 아쉬웠습니다.
빈 손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많이 공허했습니다.
선행도 해보던 사람이 잘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일면식없는 이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손수 발벗고 도움 주시는 분들의 수고를 미약하게나마 직접 느껴보니 그 분들의 마음과 실천에 정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올 해 서른 둘입니다. 지금껏 살면서 뭐하나 제대로 완벽하게 해 본적이 없다 느끼면서 올 해 부터는 정말 변해야지 다짐하고 한 달을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싶은데 이 쓸모없는 몸뚱아리라도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그마저도 못하니 스스로 너무 한심하다 느꼈습니다.
그래도 헌혈을 하러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며 이 시도만큼은 잘했다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지금까지 시도뿐이었던 제 인생에 별 대수롭지 않은 실패였다 스스로 위로합니다만
환우분과 가족분께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호기롭게 월요일에 헌혈을 하겠노라 댓글을 남겼고 추천도 받았고 작성자분께 직접 감사하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만 결국 이렇게 됐네요.
마음으로나마 진심으로 환우분께서 회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최근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셔서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답답한 마음에 이 곳에 글을 올렸고 많은 분께 진심 가득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과 가족 분들이 행복한 명절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6개월 동안 몸관리 잘하고 다시 헌혈을 하여 성공한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막 일반 전혈했습니다 ㅠ
헌혈 할 수 있는 분들 개인적으로 부럽습니당...
타인의 건강을 위해 저도 건강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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