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는 환자분과 저를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밧줄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보배~~~드립니다.
고향에 함께 다녀오신 후 어머니는 건강이 몰라보게 달라지셨다. 혼자서 힘들어 보이긴 해도 식사도 하시며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서 일과를 시작하고 병실로 들어서면 당신 자식을 반겨주듯 "오셨소"하시며 나뭇가지 처럼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는 손을 내밀며 제 손을 붙잡아 주실 때 "구비구비 마다 길고 긴 눈물골짜기를 타고 땀 둠벙을 몇개는
만드셨을 어머니의 삶이 그려진다.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17시 하루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식사를 드시는 어머니는 세상에 진심어린
감사와 고마움, 사랑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다. 행복의 언어를 쓰시기에 당신이 먼저 행복해지고 건강해지신 것이
아닌가 하고 나 자신 뒷모습을 돌아봤다. 저녁 당직근무를 하며 식사하시는 것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어머니, 맛나요?
부족하시믄 호통을 치시든지 밥상이라도 던져버리셔요. 다시 상봐서 올려드리께..."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그 자리에 가만히 편하게 늘 계셔주시기만 하시면 감사하다 빌고 빌었다.
언제 어느 때가 되면 이승에 인연 훨훨 다 벗어버리고 털어버리고 황천길 잊어버리지도 않고 사자따라 디딤돌도 하나 없는 먼나 먼
강건너 가시며 한발짝을 띄실 때마다 이승에 온갖 시름과 자식걱정으로 뒤돌아보실 당신이겠지만 어쩌겠어요. 붙잡고 싶어도, 놓고 싶지않아도, 놔드려야 하는 것을 내가 아는 당신의 이름은 아무리 많은 포장을 하고 화장을 해도 제게는 옷차림은 허름하나 가슴은 순수하고 자식에겐 엄하셨으나 잠든 자식들 종아리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며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가슴을 치셨던 당신 "어머니"랍니다.
오늘은 어머니 말씀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디는 다 괜찮은디 발목이 아파서 죽고 싶어도
걷들 못 하니 어딜가것어, 다리 좀 주물러줘" 다리를 주물러 드리니 아프셨는지 덥고 있던 이불도 다시 덥어달라시는 당신이 계셔서
큰 위안이 되고 따뜻해 집니다.
"어머니, 이제 논에 모내기도 많이 끝나고 물이 많아서 아무 걱정을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하면서 눈가에 흘러내려 말라버린 눈물을 물티슈로 훔쳐드리며 사소한 이야기라도 말벗이 되어주는 일상들이 늘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다 보니 달이 가고 해가 넘어가는 것이 밥숟가락 뜨는 것 처럼 금방인 것을 어머니 바램들 무거워 들어줄 수 없는 것도 아닌 것을 이제야 알겠다.
자식일이라면 눠계시지만 벌떡 일어나실 것만 같은 우리 어머니 한많은 이 세상 야속한 인연들과 쓰라린 과거들도 이 밤이 지나면
금방 그 자리로 찾아갈테니 한숟가락 더 자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줄 잘 붙잡고 같이 삽시다. 저도 한번 따라 해볼랍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표정이 밝아지는 기분이 드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앓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생겨서... 가끔 귀를 막고는 했습니다.
휴...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야겠네요.
환자분들 한분 한분 마주하며 가끔 침상이 비어 있을 때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연습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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