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남산의 부장들 후기 - 공간과 선택의 아이러니
1. 공간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이 영화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갇힌 공간에서 특정 인물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술자리 또한 그렇다. 각하 옆에 있지 못하는 부하는 결국 공간 밖에서 도청을 하게 되었으니까.
영상 속 공간의 분할과 카메라 워킹도 각 인물들의 심리적 공간을 덤덤히 잘 표현하는데 특히나 가장 유명한 대사 -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저는 각하 옆을 지키겠습니다” - 또한 공간적이다.
2. 대게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는 일련의 선택이 스스로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는 법이다. “또 하나의 가족”이 직원을 사찰하는 기업의 슬로건이듯. 영화 속 박통은 “하고싶은대로 해”라고 거듭 이야기 하지만 이 대사가 나오면 누구 하나는 죽는다.
사업가와 사기꾼이 한끗차이라 하듯 혁명과 쿠데타도 한끗차이다. 아무리 번지르르한 말을 던져도 이후의 행보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회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혁명이란 단어는 참 아이러닉하다.
3. 결국 20세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 아닌 탱크를 움직이는 사람에게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한 내부자의 선택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였을 수도 있는 2백만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음을 이 영화는 건조하게 보여준다.
만약 선택의 순간에 그가 육본이 아닌 남산으로 갔으면 역사의 오물 전대갈빡식빡색끼의 또다른 쿠데타가 잉태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빠르고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