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근하면 동네를 한바퀴 돌며 불법주차 신고하는 게 습관입니다. 어제는 영화를 보느라 귀가가 좀 늦어졌습니다. 동네 도착하니 11시더군요.
그냥 들어갈까하다가 '에이 그래도 한바퀴 돌자' 싶었습니다.
자주 신고하는 쪽을 멀리서 보니 횡단보도 정지선 위에 어린이통학버스가 서 있는 것같았습니다.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 웬걸 정지선도 잘 지켰고 신고할 게 없더군요.
코너를 돌아 집에 가려고 하는데 편의점 앞에 왠 꼬마 아이가 혼자 앉아 있습니다.
'이 시간에 애가 혼자?', '편의점에 물건 사러들어간 엄마 기다리나?'
하지만 편의점 계산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애한테 다가가서 "너 여기서 뭐해?"라고 묻자마자
애가 눈물을 그렁그렁하더니 "엄마, 아빠가 화나서 나가라고 했어요."라고 하더군요.
어제 밤 엄청 추웠습니다.
애를 다시 보니 얇고 헐렁한 잠옷차림입니다. 옷깃 사이로는 맨살이 보입니다. 내복도 안 입었다는 거죠.
두껍게 입어도 추운 날씨에 잠옷 바람으로 애를 내쫓는다고? 미친 건가 싶었습니다.
화강암으로 만든 차가운 돌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는 추워서 벌벌 떨더군요. 애가 그렇게 추운데도 엄마, 아빠가 얼마나 무서우면 들어갈 생각을 못했을까 싶더군요.
'내가 따뜻한 거 사줄테니 편의점 들어가자'고 했는데 싫답니다. 잠깐 설득을 하다가 더 지체하면 큰일 날 것같아서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이 지구대가 코 앞이라 경찰이 바로 도착했습니다. 경찰에게 인계하고 집으로 가면서 핸드폰으로 날씨를 보니 영상3도였습니다. 이 날씨에 얇은 잠옷만 입혀서 내쫓는 건 아동학대 아닌가요?
귀찮아서 동네 한바퀴 안돌고 집에 들어갔다면? 멀리서 봤는데 불법주차차량이 안 보인다고 편의점앞까지 안가고 돌아갔다면? 사고가 났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에효,,
부모란것이 정말,,,
애기는 다른 곳으로 보호조치하고~
부모들 똑같이 잠옷 바람으로 그 날씨에 현금 6백원만 주고 편의점 앞에 두면
선엽이랑 문선이랑 남재처럼 구걸 글이나 올리고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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