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거의 10년만에 보배드림 로그인 하네요.
26살 첫차 뽑을때 도움 많이 받고 근 10년동안 해외 여기저기 돌며 살다가 요즘 한국 돌아가는 꼴이 하도 어이가 없고 답답한 마음에 주절대고 싶은 마음에 휴면 풀었습니다.
저는 현재 북유럽 현지에 취업해 5년?정도 체류중입니다.
여기 있다보니 자연스레 한국 뉴스는 안 본지 몇년 되서 저출산 심각하다는 말은 올해 경기 안좋다는 말처럼 새해 인사 같은 가벼움이었고, 한국 떠난 이후엔 몇년 동안 관심도 없었고요.
그런데 한 달 전인가, 회사 송년회 겸 크리스마스 파티 겸 참석 했는데(직원들 가족들, 친구들 다 참석하는 꽤 큰 파티였음)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듣고 하나 둘씩 말 걸더군요.
'출산율 왜그래?' '너네 집단 자살하냐?' '뉴욕타임즈에 흑사병 얘기 뭐야?' '너도 아직 애 없어?' ' 한국에 투자하면 위험해?'
' 0.7이면 2세대 돌면 한국인 자체가 소수민족이 된다'. '지금 4.0,5.0이 된다 가정해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1.2 정도로 끌어올려야 충격이 덜하다', '우리도 (북유럽도 저출산이 심해서..그래도 1.4-1.6 정도) 저출산으로 이민자 엄청 받고 있다, 무슬림은 잘 생각해야한다 문화 자체가 다르고 엄청난 사회문제가 생길 수 있다' 등등..
대충 아는대로 답변 하다가 처음 듣는 얘기도 있고 해서 몇일 동안 저출산 관련해서 제 기억이 끝난 시점 부터 다시 확인해 가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주 골때리는 상황이 되어 있더구만요.
출산율 0.7이라는 소리는 그냥 '그래 주변 친구놈들 중에 애 있는 놈이 없긴 하네'로 넘어갔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였네요. 파티에서 몇몇 투자관련, 뱅킹쪽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시아시장에서 한국을 아예 위험 국가로 놓고 거의 6개월 단위로 위험예측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뭐 그러길래 그냥 그런갑다 했는데 정말로 위험한 국가가 되어있더라고요.
기분도 안좋고 답답하기도 해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살펴봤고, 여기 동료들 한테도 '야 이런 정책 한다던데 어떤것 같냐?' 물어도 봤고요.
정부에서 현금 지원 정책은 실제로 우리 보다 나은데? 육아 휴직 정책도 엄청 잘되어 있네, 정부에서 노력을 많이 하네. 등등 이미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건드린것 같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주 65시간 근무? 유연 근무? 그게 아마 뭔 지원을 해도 다 의미없게 만들거라고 생각한다고 보스가 말해줬습니다.
결론은, 돈주고,집주고,차주고,직장도 줘봤자 시간을 안주면 애는 못키운다 였습니다. 시간이 곧 돈이고,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비싼집,차,옷 이 아닌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 부모가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자기들 4시에 칼퇴해서 애 둘 보는것도 쉽지 않다고요.
결론은 아마 저출산 해결 어려울 것이다,
한국도 선진국의 지위를 얻었고, 점점 고학력의 하이테크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 질 거고, 그러려면 더 오래, 더 비싼 교육을 받아야 할테고 80-90년 대에 부모가 2명의 자녀에게 쏟아야 하는 비용 대비 지금은 1명에게 그 자원을 몰아 넣어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려면 국가가 교육은 국가서비스로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었죠.
국가가 교육, 육아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면 각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압력이 생긴다는 것이었고, 마찬가지로 부동산, 즉 집은 거주의 목적이지 투자의 목적이 우선되어선 안된다는 사인을 강력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 서울과 같은 거점 도시가 최소 하나는 더 있어야 한다는 것, 세금은 고소득자만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면 모두 조금이라도 내는것, 국가가 연금의 지속성과 수익성에 목숨을 걸다시피 해여한다는것, 현실적이고 가장 도움이 되는 몇가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출산 대책을 보면서 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도 잘 이해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세대가 돌면 국가의 존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경제가 나아지고 나빠지고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공동체가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불과 5년 뒤면 본격적으로 시작 될 것입니다.
지금 해결 못하면 정말로 대규모로 한국을 탈출 하려는 사람들이 생길겁니다. 북한은 최고의 기회를 만난셈이죠. 본인들의 적대세력의 절반이 노인이니까요.
이민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자국이 잘 살아야, 잘 굴러가야 자국민도,재외국민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쉽게 체류허가를 받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녀도, 운전면허 혜택도, 하다못해 집을 구할때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웃으며 호의적으로 대해줍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여권은 거의 제대로 살펴보질 않을 정도로 신뢰받고, 농담을 걸며 'I know Kpop!' 하며 웃으며 말을 거는 경우가 참 많죠.
하지만 국가의 인구가 줄어 경제가 파탄나고 아시아의 그저그런 가난한 나라가 되면 어떨까요? 그냥 돈벌러 온 외노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죠.
앞으로의 한국의 정부는 제발 지난 20년과 같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시장에 맡기면 모든것이 해결된다고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장자유주의는 효과적이고 빠르며 강력하게 국가 경제를 이끌어갑니다. 동시에 그 안에서 갈등과 격차를 만들고 동시에 사회를 분열 시킵니다. 국가가 나서서 그 중간 균형을 잡지 못하면 지금의 한국처럼 격차와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제는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럽의 대부분은 국가가 주 35시간 근무를 논의하고 그 실행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2023년의 현재입니다. 65시간 이야기 하시는 분들 제발 2023년을 사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새마을 운동을 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돈보다, 잔업보다, 특근보다 중요한건 한번 뿐인 인생과 그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과 아이들과 보낼수 있는 기회고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가치일 것 입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본인들의 인생을 걸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전세계를 누비며 피땀흘려 만들고자 했던 나라는 지금의 한국이 아닐겁니다.
유럽의 선진국, 미국, 캐나다 처럼 우리 자녀세대가 또 손자세대가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희생하고 또 양보하며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과 부러움을 느끼며, 주변의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국이 되길 바라셨겠죠.
슬프게도 우린 지금 가장 빛나는 한국의 전성기를 우리도 모르는 새에 흘려보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옆자리 동료의 말이 오래 귀에 남아 여기에 남겨 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그 사실만으로 자랑이고, 자부심이 되어야 해. 우린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 우리의 정부가 때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져도 그것이 결국은 우리 공동체 모두를 위한 것 일거라고 믿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야한다고 말해도 우린 더 낼거야.(이미 30-40%내고 있음..) 우린 그 세금이 다 우리를 위해 쓰인다고 믿고, 실제로도 그렇고. 너희 정부도 그런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부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답답한 마음에 연말에 집에 쳐박혀 두서도 없이 주절대 봤네요.ㅎㅎ
다들 한 해 고생하셨고,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엔 국민에게 더욱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륜 정권이다~~~
국민들이 못살아야 정치하기가 쉬워지거든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