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7만7천822대로 포르쉐의 한 해 최다판매량을 밑받침했다. 아울러 918 스파이더와 같은 새로운 후광 모델을 포함한 확대 성장의 탄탄한 재정적 바탕을 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쌓아올린 이익에 비춰 포르쉐 SUV 제2호 마칸이 탄생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닌 필연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포르쉐 순수파들의 두드러진 반응은 딱 한 가지 침묵뿐.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마칸은 카이엔보다 약간 작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정했다. 포르쉐에 따르면 카이엔보다 세단에 가까운 성격을 갖췄다. 그렇다면 덩치가 더 큰 형보다는 성공의 확률이 더 높다. 영국에서는 4만 파운드(약 6천970만원)부터 시작한다. 공개행사에 앞서 우리는 초대를 받아 도로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프로젝트 총책 한스-위르겐 뵐러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최종 확인 테스트를 하는 자리였다.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차가 없는 곳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봤을 때 마칸 프로토타입과 지원차인 카이엔을 혼동하기 쉬웠다. 포르쉐 테스트 기술팀이 미국으로 가져온 프르토타입은 가벼운 위장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모델은 공통의 디자인 언어가 뚜렷했다. 사랑하든 미워하든 눈길을 확 끌어당겼다.
당장 흥미를 자극하는 특징은 보닛. 대합조개 보닛은 헤드램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옆구리는 앞 휠 아치 꼭대기까지 감쌌다. 미니 해치백과 비슷했다. 뵐러에 따르면 엔진룸의 공기흐름을 돕기 위해 채택했다. 카이엔의 축소형으로 보이지만 마칸은 상당히 다른 바탕을 깔았다. 카이엔은 폭스바겐 투아렉과 하체를 같이 쓰지만, 마칸은 아우디 Q5와 같다.
내년 5월 영국에 상륙할 때부터 3개 엔진이 기본형 6단 수동이나 옵션인 듀얼 클러치 자동박스와 짝짓는다. 신형 SUV는 한층 스포티한 감각을 살리기 위해 카이엔의 8단 자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뵐러가 밝혔다. 네바퀴굴림은 파워배분이 후방 편향인 토르센 토크감지 시스템. 모든 버전의 기본장비다. 자동 스톱-스타트와 연료를 절약하는 타력 운전기능을 갖췄다.
포르쉐는 마칸과 Q5의 기술적 연계를 즉각 부인했지만 휠베이스 길이(2,807mm)는 같다. 전체적으로 포르쉐가 아우디보다 70mm 더 길고, 44mm 더 넓고 29mm 낮다. 아우디는 이미 생산 5년차에 들어갔다. 마칸의 섀시도 앞뒤 멀티링크를 조합한 Q5의 발전형이다.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재래식 강철 코일스프링에 조절형 댐퍼와 레귤러 안티롤바를 짜 맞췄다.
다만 보다 상세한 디테일은 11월말 제막식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휠 사이즈는 17인치에서 시작하고, 옵션인 21인치까지 올라간다. 전자기계식 스티어링은 부품과 매핑이 독특한 포르쉐 제품이라고 한다. 나는 터보 모델의 묘한 굴곡을 이룬 조수석에 뛰어올랐다. 마칸 라인업의 최고 버전. 포르쉐의 트윈터보 V6 3.6L 직분사 휘발유로 지금까지는 자연흡기형밖에 없었다.
터보를 받아들이고 듬직한 앞 흡입구와 내부 장치로 이뤄진 복잡한 냉각시스템을 조합하여 출력을 자그마치 100마력이나 끌어올려 395마력. 자연흡기 V8 4.8L가 자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토크는 그보다 더 크게 늘어 15.2kg·m를 추가하여 탄탄한 56.0kg·m에 도달했다. 그에 비해 북아메리카에서 팔리는 최강 Q5인 SQ5는 슈퍼차저 V6 3.0L 휘발유 엔진으로 354마력과 47.9kg·m에 불과하다.
실내를 한번 둘러보자 소재, 스위치와 조절장치가 제2세대 카이엔과 비슷했다. 품질이 최신 포르쉐 모델들과 대등하다는 증거였다. 운전위치는 상당히 스포티했고, 카이엔보다 앞섰다. 프러포션이 깔끔하고 다기능적 스티어링은 수직이 아니라 약간 기울어졌고, 센터콘솔은 높이 자리 잡았다. 실내는 아주 넓었다. 어른 4명의 다리공간과 머리공간이 넉넉했고, 5명이 조여 앉을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주차장의 램프를 올라 로스앤젤레스 거리로 나섰다. 거기서 비밀 계곡도로에 들어갔고, 나중에는 내륙 깊숙이 들어가 오프로드를 즐겼다. 포르쉐는 신형 SUV의 무게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뵐러에 따르면 보디의 알루미늄부터 여러 가지 감량처리를 하여 터보의 무게는 1,700kg을 밑돈다. 그럼에도 잠깐 경쾌하게 달리는 것 이상의 여력이 있었다.
낮은 기어에서는 신호등을 빠지는 본격적인 페이스를 보여줬고, 정말 인상적인 기어간 가속을 자랑했다. 최종 성능숫자는 앞으로 밝혀질 것이다. 나는 0→시속 100km 가속 5.0초 이하와 최고시속 257km 이상에 돈을 걸기로 했다. SQ5를 묻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터보는 최고기어에서 기어비가 상당히 길었다.
옵션인 7단 PDK 기어박스를 자동으로 놨을 때 자동차의 흐름을 타는데 2,000rpm 이상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기계의 정밀도는 최고였다. 액셀을 살짝 밟았을 때 희미한 배기음이 들릴 뿐이었다. 포르쉐는 처음에 최고 버전 터보에 트윈터보 V6 3.6L를 얹는다. 아울러 영국시장에는 처음부터 줄잡아 두 가지 아우디형 V6 3.0L 마칸을 출시한다.
마칸 S는 슈퍼차저 휘발유 335마력과 46.8kg·m, 그리고 마칸 S 디젤은 커먼레일 터보디젤 254마력과 아찔한 59.0kg·m. 아울러 마칸은 한정판 4기통 엔진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1995년 968이 사라진 뒤 포르쉐로서는 처음이다. 모기업 폭스바겐의 비공식 소식통에 따르면 터보 2.0L 휘발유 225마력과 35.6kg·m, 그리고 2.0L 터보디젤 177마력과 38.6kg·m이 가격경쟁의 선봉에 나설 후보다.
포르쉐 기술진은 마칸의 직선코스 스피드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뵐러의 말을 빌리면 ‘동급에서 가장 역동적인 핸들링’을 담아내는 임무를 받았다. 마칸의 온로드 성격에서 제일 감동적인 것은 LA의 드넓은 대로를 등지고 교외에 나섰을 때의 민첩성이었다. 마칸은 잘 다듬은 스포츠 왜건처럼 열성적으로 코너를 돌았고, 예리한 턴인을 뽐냈다.
놀랍도록 보디롤링이 작았고, 한계상황에서도 뚜렷한 언더스티어 없이 횡력을 받아들였다. 코너정점의 그립은 넉넉했고, 네바퀴굴림은 언제나 듬직한 트랙션을 발휘했다. 터보의 깊숙한 토크와 어우러져 저속 코너를 힘차게 빠져나갔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판정을 바란다면 신형 포르쉐를 우리가 직접 몰아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칸이 아스팔트에서 순수한 역동력에서 BMW X3에 정면대결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조수석에서 볼 때 SUV 세계의 카이맨이 되기에 충분한 역동적 증표를 모두 갖췄다. 게다가 실로 놀랍게도 21인치 휠에 265/45 타이어를 신겼는데도 승차감은 전혀 나무랄 데 없었다. 스프링은 단단했지만 소중형 돌출부에서 더 큰 포트홀과 과속방지턱에 이르는 폭넓은 요철을 잘 소화했다.
같은 휠과 타이어를 신은 Q5가 당황할 만큼 나긋했다. 카이엔처럼 마칸은 주로 온로드 드라이빙을 겨냥했다. 하지만 뵐러는 까다로운 오프로드에서 발휘하는 신형 SUV의 실력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저회전대 기어와 같은 골수 오프로드 기능이 없는데도 어느 라이벌과도 맞설 수 있다는 것. 오래지 않아 우리는 비교적 안전한 아스팔트를 떠나 LA 뒷산의 좁은 자갈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스포티한 성격에다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췄지만 마칸은 Q5보다 지상고가 더 높았다. 아울러 아우디보다 경사로 접근·이탈과 램프 등판각이 더 컸다. 마침내 테스트 트랙을 본격적으로 달려본 뒤 스포티한 성격은 오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르쉐는 마칸에 폭넓은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SUV의 야망을 담았다.
자녀를 태우고 학교를 오가는 어머니부터 간단한 오프로드 성능 이상을 요구하는 골수 마니아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을 넓혔다. 이런 면에서 마칸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우리는 터보 버전의 조수석에서 하루를 보냈다. 마칸의 능력은 실로 놀라웠다. 영웅적인 엔진, 환상적으로 능률적인 드라이브라인과 포르쉐의 마술을 듬뿍 담은 섀시가 이를 밑받침했다.
외부 스타일이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실내는 품위가 있고, 넓고 아주 편하다. 무엇보다 Q5와의 연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차급의 왕자? 지금 당장은 그래 보인다
생활쓰레기는 줄여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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