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9만7천달러 선에 육박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서 직원이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월 가상자산 소득과세 시행을 앞두고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일단락하자 이번에는 '가상자산세'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21일 국회 전자청원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6만95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9일 청원을 게시한 지 3일 만에 청원 성립 요건인 동의 수 5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이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청원인은 "현재 코인에 대한 제대로 된 법도 없는 상황에서 과세만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상당수 코인 투자자가 해외거래소를 같이 이용하는데, 해외거래소 협조 없이 과세하면 그 많은 해외수익에 대해서는 어떻게 세금을 매긴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 전자청원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관한 청원 글이 올라온 건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이 이른바 '불장'을 맞은 데 더해 가상자산세와 한 쌍으로 여겨진 금투세를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반발이 커진 분위기다.
금투세를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세를 부과하는 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거래가가 상승세를 탄 마당에 과세에 나서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투자자들 주장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 대여해 발생한 연 250만원 초과 소득에 세율 20%(지방세 포함 22%)를 적용하는 제도다. 시행 시기는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으나 정부가 2027년 1월로 2년 유예를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세무업계는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되 제도 내용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러 국가가 가상자산 사업자나 거래소를 거치는 소득을 중심으로 과세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처럼 비과세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55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거래 인원은 778만명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133만명(21%), 하루 평균 거래액은 6조원으로 2조4천억원(67%) 각각 증가했다. 가상자산 종목 수는 1천207개, 시가총액은 55조3천억원에 달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대여·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했는데, 가상자산 양도로 인한 소득은 '가상자산 간 교환 거래로 발생하는 소득'을 포함하지만 가상자산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상세히 규정하지 않았다"면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만큼 양도소득 과세를 먼저 시행하고, 가상자산 대여거래 데이터를 축적한 이후 과세 범위를 대여소득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득세법 개정을 통한 가상자산 소득과세 제도 내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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