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치세에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에 간교한 검사”
이원석 검찰총장이 디올백 사건 신속 수사를 지시하자,
‘이원석’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원석 총장을 한동훈 전 장관과 함께 그리 평했던 제 담벼락 글을 아직 기억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원석 총장은
거친 한동훈 전 장관과 달리
어떻게 보일지도 신경을 제법 쓰는 사람이라,
저무는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로 밀려드는 민심의 분노를 의식하여
자신과 검찰의 안위를 위해
소환 조사를 시도하겠지만,
뜻을 거스르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이
믿고 부리던 부하였고,
그래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검사라,
엄정한 수사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이 이익집단이 된 지 오래 이고,
검사들 역시 검찰 조직과 일체화되어 상명하복하며
영달과 안전을 쫓은 지 오래이니
조직을 거스르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요.
민정수석으로 다시 돌아온 김주현 전 검찰국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저를 속칭 검사 블랙리스트인 ‘집중 관리 대상 검사’ 명단에 올린 당사자입니다.
검찰은 조직을 거스르는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았고,
김 전 검찰국장의 민정수석으로의 복귀는
앞으로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인사권자의 경고입니다.
입틀막 정부에서 인사를 앞둔 검사들에게
인사권자의 뜻을 거스르는 목소리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으며,
그런 검사들에게 인사권자의 뜻을 거스르는 엄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제 사법연수원 동기라
1999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이었던 이창수 검사를 포함한 속칭 윤라인 검사들로 인해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담당할 때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고,
직전 전주지검에서의 원성을 계속 전해 들어
오래전부터 걱정스럽게 지켜보아온 동료지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겠다고 예상하면서도,
그 자신을 위해서나, 검찰을 위해서나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네요.
검찰이 지금껏 봐줄 사람 봐주고 덮을 사건 덮으면서
‘법과 원칙’, ‘엄정’을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어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 된 지 오래입니다만,
이원석 총장, 이창수 검사장 등 검찰 간부들이
진정 조직론자라면
국민의 신뢰를 더 잃지 않기 위해
검찰의 생존을 위해
진실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야겠지요.
이원석 총장에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검찰에 남은 마지막 기회임을 알기에
당부와 경고의 말을 공개적으로 남깁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