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가 지배하는 국제정치
―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난 7월 중순에 제가 전화 드렸을 때 며칠 외국에 다녀오실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어디를 가셨던가요?
헝가리하고 우크라이나에 다녀왔습니다. 두 나라가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습니까. 헝가리는 아시다시피 유럽에서 유일하게 동양계 민족과 피가 섞인 나라예요. 물론 먼 옛날 얘기지만. 그리고 내가 볼 때는 가장 미인들이 많은 나라가 헝가리예요. 헝가리에 가면 기분이 좋아요. 사람들이 아주 정답습니다. 그리고 헝가리에서는 GMO(유전자조작식품)라면 생산도, 판매도, 거래도 못하게 돼 있어요. 우크라이나도 원래는 그래왔었지요.
근데 이번에 유럽에 가서 들었는데, 물론 엄밀한 과학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단순히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 아니라 그 이면은 GMO와 반GMO 간의 싸움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GMO산업을 주도해온 몬산토가 아무리 유럽시장을 공략하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EU의 반GMO 정책이 워낙 강경하죠. 특히 독일과 동구권 국가들이 똘똘 뭉쳐 있어요. 근데 EU의 곡물창고가 우크라이나입니다. 그래서 몬산토가 허술한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려고 공작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前) 대통령이 완강히 거부했어요.
그런데 몬산토 계열에 블랙워터(정규군 수준의 병력과 무기를 보유한 세계 최대 민간 용병회사 ― 편집자)가 있습니다. 전직 CIA 출신하고 전직 공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돼 있는 블랙워터를 2년 전에 몬산토가 인수·합병했지요. 그 블랙워터 용병들이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서 시위를 선동해 대통령을 몰아냈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위 친미 인사가 새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 사람은 GMO를 찬성합니다.
그런데 GMO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입니다. EU는 물론 헝가리나 폴란드 등 동구권 나라들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거기서는 GMO가 불임이나 난임(難姙)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방암 등 종양 발생률을 높여 GMO를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인종말살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푸틴은 의회 결의를 거쳐 GMO 식품은 판매도, 생산도, 가공도, 거래도 못하게 했습니다. 푸틴이 지금 러시아계 동포들을 보호한다는 정치적인 명분을 걸고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 배경에는 이렇게 GMO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거죠.
GMO, 불임과 난임을 유발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GMO는 절대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해서는 안됩니다. 1998년에 영국의 푸스타이 박사가 이미 실험했던 것을 시작으로, 그 후 여러 독립연구가 있었죠. 그중 가장 완벽한 실험으로 인정받은 게 재작년 프랑스 파리대학의 셀라리니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죠.
‘몬산토’의 장학생들
농과대학의 바이오 전공 교수들, 또 식품영양학 연구자들 중 상당수가 넘어간 것 같아요. 어떤 고명한 영양학자도 우리나라에 GMO를 도입·개발해야 식량안보가 달성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어요.
‘창조경제’의 허구
‘창조적인 씨앗’ 장사죠. 그런데 몇해 전에 대한민국 소비자단체장들이 초청을 받아 미국에 다녀왔어요. 그런 다음 GMO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농지해외개발의 실태
박정희 정부 때 아르헨티나 땅 60만 평을 정부 돈으로 샀어요. 그걸 개척하기로 하고, 당시 농업경제 전문가를 농무관으로 파견했어요. 그런데 비전문가들이 부랴부랴 땅을 산 탓에 알고 보니 염분이 많은 간척지였어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을 산 것이에요.
한국의 대기업, 매판자본
결국 자기 동포들 등쳐먹는 짓이 더 쉽다는 거겠죠. 한국의 대기업이 장사하는 방식이 참 치사하네요.
그렇게 하면 위험이 없으니까. 앞잡이 노릇을 하면 안전하죠. 그래서 한국의 ‘코퍼라토크라시’는 뭐냐면 전부 외국자본, 외국 대기업하고 관계되어 있습니다.
유기농은 없다?
미국 같은 보수적인 나라에서도 소비자의 80%가 GMO에 반대하는데도 정치인들의 우선적 관심사는 기업의 이익입니다.
쌀 전면개방, 예견되는 농사의 종언
이제 쌀 문제 좀 말씀해주시죠. 정부에서 내년부터 쌀 관세화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쌀 시장이 완전개방되면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이 더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게 분명한데, 정부는 왜 이렇게 국민들의 동의도 없이 밀어붙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떡볶이 수출’이 한국농업의 미래?
그래도 수출만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심지어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떡볶이 수출로 재미를 본 어느 기업을 예로 들며, 쌀이 완전개방되더라도 농업수출을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면 된다고 합니다. 근데 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수출 많이 했다고 합시다. 누가 재미봅니까.
대안은 생명주의, 그러나 보수적 접근으로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은 우리 국민들, 소비자들이 스스로 깨우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기업자본 지배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깨어나고 있어요. 다만 지금과 같이 해서는 우리나라 진보정치는 희망이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선거에서 오히려 특권적 보수 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게 이른바 ‘베블렌 효과’라는 것인데, 먹고살기 힘든 계층은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도 고달파서 진보적 정치세력이 말하는 주장이라든지 생명사상을 잘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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