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가 우여곡절 끝났습니다.
이번이번 잼버리 실패의 원인을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화장실입니다.
먼저 언론에 보도된 잼버리 화장실 사진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출처: 노컷뉴스
좌측의 이동실 화장실을 보시면 단가가 제일 낮은 저렴한 모델입니다. 뭐 가성비는 좋습니다. 저 단가에 세면대, 화장실, 소변기, 에어컨까지 달려있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저 화장실의 가장 큰 취약점이 바로 오른쪽의 좌변기 입니다.
먼저 물 내리는 방식이 좀 일반적인 변기와 다른데, 저런 방식은 포세식이라는 방식입니다. 거의 우리나라만 있는 방식으로 기존의 포세식에서 약간 발전하여 물과 거품이 함께 나와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식인데, 물이 귀한 환경에 적합하도록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포세식이 잘 안내려갑니다. 한 열번은 내려야 내려갈까 말까이고, 화장지를 함께 사용하면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온 사용자들이 두 세번은 내려보았을 텐데, 그래도 안내려가면 고장난 줄 알겠지요. 정말 않좋은 변기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왠만하면 저 방식은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도 포세식은 쓰지 않습니다. 수세식으로 다 변경되는 추세입니다. 아마 담당자가 포세식을 한 번도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한 변기도 문제인데, 저 변기는 도기로 만든 변기가 아니라 FRP수지라는 플라스틱 제질입니다. 플라스틱 수지는 뭐가 묻으면 잘 안지워집니다. 즉 변기 자체가 지저분한 재질에 수압까지 낮으니 두 세명만 쓰면 도저히 쓸 수 없게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번 잼버리에 사용된 화장실과 동일한 모델의 화장실의 내부 사양을 살펴보니 역시나 FRP 수지로 만든 화장실로 되어 있습니다. FRP수지 변기는 오직 포세식만 사용가능합니다. 만약 다수의 인원이 FRP 포세식 변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면 방법은 딱 한가지, 한 명이 쓰고 나오면 바로 청소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나라 장터에 게재된 동일 상품의 내부 사양
잼버리 시설 담당자가 화장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화장실의 사양을 보면 추측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공공기관에 물품을 납품하는 나라장터 기준으로 동일 제품의 가격은 대략 1대 당 1,700만원 대입니다. 이동식 화장실(모바일 화장실) 가격대 중에는 최저가라 할 수 있습니다. 전체 2,661개 이동식 화장실 제품 중 가격 순으로 2,400등 쯤 됩니다. 여럿이 쓸 수 있는 화장실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당 가격을 조금만 더 높여도 훨신 크고 외관상으로도 좋은 제품이 대략 1,000개 쯤 보입니다.
현실적인 고민이 있을텐데, 임대를 할 것이냐, 구매를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편하고 안전하게 하려면 무조건 임대를 하게 됩니다. 구매를 하면 추후에 물품 처리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지요. 임대시장에는 물건이 많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임대를 하는 수요자들은 잠시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보다는 가격을 더 우선시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임대할 수 있는 물품을 고를 것이요, 대량으로 임대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를 것이니, 정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는 한 두가지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을 골랐을 것이고, 그 제품이 잼버리에 납품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시중에서 선호되는 이동식 화장실
그러나 임대비용과 구매비용이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잼버리처럼 장기간 임대되는 행사일 경우 임대료가 더 비쌀 가능성도 있습니다. 담당자가 기계적으로 화장실 따위 하면서 큰 고민없이 계약해 버렸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만약에 저라면..
예산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구매 화장실 50%, 임대화장실 50%를 구성하되,
구매 화장실은 행사 이후 전북 지역 관광지에 다시 설치하는 조건으로 전북도 예산을 더 배정 받고, 전국의 국립공원이나 관광지에 다시 사용할 계획을 세워 행안부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직위에 행안부장관과 전북도지사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을 협의하라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이번 행사에서 변기, 사워장, 급수대 등의 기반시설에 대한 몰이해와 푸대접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장에도 화장실과 샤워실 만큼은 정말 좋게 해두었는데, 담당자가 캠핑도 다녀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 별거 있습니까? 먹는거와 화장실만 깨끗하면 같이 가는 사람이 불만이 없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행사에서 화장실과 샤워장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기원합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는 세계화장실협회가 있는데, 거기 자문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요약하자면 이번 잼버리 사태의 일등 공신은 변기이며, (영국 학생들 SNS가 절대 아닙니다.)
1. 저렴한 이동식 화장실
2. 포세식과 FRP수지 변기의 콜라보(청소 인원이라도 늘리던지)
3. 이동식 화장실에 대한 담당자의 무지와 행정 경직성(적극행정 결여)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음 행사가 어떤 행사든 비데는 고사하고, 화장실이라도 신경써서 최소한 더러운 나라라는 오명을 얻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국제행사에서는 변기 옆 휴지통도 없애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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