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알람보다 늦은 기상, 아무 생각 없이 씻고 곧바로 출근한다는 생각에 짜증을 곱씹으며 현관문을 연다.
스튜디오에 출근해 청소하고 촬영하고 작업한다.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고 무미건조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한 시간마다 새로운 아기와 어머님을 본다. 웃는 표정으로 아이의 컨디션을 묻고 옷을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이지만 어제와 같은 하루다.
하루가 길다.
억겁같이 느껴지는 근무시간은 퇴근 후에 비축했던 에너지를 터트리듯 사라져버린다.
18시에 퇴근했지만 시계는 20시를 가리키고 있고, 어중간하게 피곤한 몸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의지가 충돌한다.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은 눈꺼풀을 밀어내며 책상 앞에 앉는다.
몇 년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샀던 책들을 눈앞에 두고 한 장씩 넘긴다.
이해되지 않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걸 알면서 눈을 움직인다,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고 다시 위로 올라가고……. 그렇게 십분 남짓 독서 아닌 독서를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며 눈을 감는다.
누군가 말했다. 10대에는 10km의 속도로, 20대는 20km, 30대에는 30km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간다고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스물일곱, 나는 지금 27km 속도로 달리고 있다.
스멀스멀 불안감이 엄습한다.
타자와 나를 비교하고 자위하며 걱정의 늪으로 빠져든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혹시나 부정적인 말이 나올까 생각을 그만둔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루는 길지만 한 달은 짧다. 한 달은 짧지만 일 년은 순식간이다.
어른이 될 준비를 못한 아이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하루가 길다. 그런데 잡념은 참 많다.
스물일곱,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그리고 내 삶에 조금 지쳐버렸따리...☆☆☆
위로좀 해달라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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