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나, 양형 기준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낮술 운전'으로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운전자가 12일 징역 8년을 선고받자 유족 측이 오열 끝에 남긴 말이다. 검찰은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등의 사유를 언급하며 2년을 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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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운전' 6세 사망 운전자 8년에…유족 "음주운전은 사법부 책임"━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권경선 판사)는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무직 A씨(59)에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 피해자인 6살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권 판사는 A씨가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점과 유족이 처벌을 원한다는 점, 그리고 A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점과, 반성문을 써낸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설명했다.
유족 측은 즉각 반발했다. 피해 아동의 삼촌은 "보험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기에 이게 양형 기준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운전자의 98% 가까이가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이 양형 기준이 된다면 사실상 모든 음주운전이 선처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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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부분 신중히 접근해야"━
실제로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감경 요소로 자동차보험 가입과 '진지한 반성' 등을 적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케이스가 있을 수 있어 양형기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이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통사고로펌의 정경일 변호사는 "자동차 보험에 들면 피해자에게 (금전적) 회복이 다 된거나 마찬가지여서 '피해 회복' 측면에서 양형 기준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절도·사기 등 모든 형사재판에서 피해회복은 감경 사유로 보고 있어 교통범죄에 국한 양형기준의 합리성을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B씨는 "해당 기준은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금전적 보상 문제와도 얽혀있다"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다른 법에서도 다루는 만큼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평가했다.
관련 기준을 손대기보다는 이를 뛰어 넘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변호사는 "법은 제대로 만들어졌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양형 기준은 어디까지나 권고 사안으로, 재판부가 이를 극복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선고도 기존 3~4년에 비해 형량이 이례적으로 높지만 국민들은 이런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살인죄보다 더 나쁘게 본다"면서 "법감정에 법원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법대로 3년에서 30년 사이·무기징역까지 선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을 근절하려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B씨는 "형량 강화만으로 음주운전 사고가 줄었는지 물어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음주운전 단속과 차량에 음주측정기 의무 설치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도 "윤창호법 도입 이후 2019년 음주운전이 많이 근절됐지만 처벌이 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각심이 줄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단속을 줄이면서 다시 늘었는데 강력한 처벌과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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